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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PD

군산 여행 : 근대의 흔적을 만지다.

by 새벽바다 2011. 1. 25.



경암동 철길이 가로지르는 마을

눈이 소복하게 쌓인 2011년의 첫 날, 군산을 찾았습니다.
군산 경암동에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철도가 놓여 있습니다.
택시를 타고 '경암동 철길마을'로 가달라고 했더니 그곳이 철길마을 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암동에 철길이 있는 곳은 안다고 택시 기사님이 말씀하십니다.
동네 주민들은 그곳을 '철길마을'이라고 부르지 않나 봅니다.

넓은 사거리에 대형 마트가 있고, 마트 건너 안쪽 길로 들어가니 이곳은 완전 딴 세상입니다.
낮은 판잣집 사이에 철길이 놓여있습니다.

1944년 4월부터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의 생산품과 원료를 나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2008년 6월, 이곳을 다니는 기차가 사라지면서 현재는 철길만 남은 상태입니다.


검은 화살표 방향부터 걸었습니다.
지도에 보이지는 않지만 오른쪽에 페이퍼 코리아가 위치하고 있고, 철길은 군산화물역으로 이어져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철길마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지역은 빨간 선의 오른쪽에서부터 절반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워낙 많이 쌓인 탓에 철길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드문드문 드러나는 철길을 걸으며 광고에서만 보던 이색적인 풍경에 빠져들었습니다.

철길에서 만난 풍경


사람이 살지 않을 것만 같은 집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집을 손 본 흔적들이 이곳이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임을 증명합니다.
길 한 번만 건너면 대형마트가 있고, 넓은 도로가 있는 곳인데도 이곳의 시간은 멈춰있는 듯합니다.


집 앞에는 널어놓은 빨래와 더 이상 쓰지 않는 가전제품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지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보고 싶어 하는 '경암동 철길마을'의 일부입니다.


철길이 끝나는가 싶으면 도로를 지나 철길이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넓은 도로와 만나게 되면 방금 걸었던 길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아니, 이 넓은 도로가 더 낯설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제 기차는 다니지 않지만 철길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장미동 근대문화유산



군산은 근대문화유산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시티투어로 '근대문화유산 코스'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저는 장미동 일대의 근대문화유산을 둘러보았습니다.
많이 걷지 않고도 많은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구 군산세관 본관


대한제국(1908년) 때 지어진 국내 유일의 세관건물이라고 합니다.
한국은행 본점과 같은 양식의 건물이라고 하는데요,
국내 현존하는 서양주의 3대 건물 중 하나로 현재는 호남관세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곡창 지대인 호남 지방에서 쌀 등을 빼앗아 가던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을 가진 역사적인 곳입니다.

외관에서 풍기는 고전적인 분위기는 근대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붉은 벽돌은 굉장히 멋스럽게 느껴집니다. 외관과 달리 내부는 목조로 건축했다고 합니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 공휴일에 찾아가서 내부를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관람안내
평일 09:00 - 18:00 / 토요일 09:00 - 13:00 /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사전 예약 시 관람 가능)

구 나가사키(장기)18 은행


군산세관을 나와 군산내항을 향해 걸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마주친 근대문화유산의 흔적! 구 나가사키(장기) 18 은행입니다.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두고 있던 은행으로 1907년에 조선에 일곱 번째 지점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미곡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기관입니다.
1963년부터 이후 대한통운(주)에서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뒤편에 또 다른 건물이 있는데요, 우측에는 금고 및 창고로 사용되는 건물과 좌측에는 2층의 일식 목조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백년광장


1899년 개항 이래로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여 건립한 공원입니다.
군산 내항으로 들어서는 길에 위치해 있으며 바로 옆에는 구 조선은행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구 조선은행


백년광장 옆에 위치한 구 조선은행입니다.
현재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온전한 구 조선은행의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사진은 군산관광 홈페이지에 올라온 구 조선은행의 모습입니다.

1923년에 일제 식민지 정책의 총본산이었던 조선은행의 군산지점으로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의 군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 채만식의 「탁류」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가까이 가서 2층의 모습을 보니 외벽을 다 허물고 내부가 훤히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철제 지붕은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모습이었습니다.
보수 공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원형을 복원해서 근대문화유산 건물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군산내항 부잔교(뜬 다리)


밀물 때 다리가 수면에 떠오르고 썰물 때 수만만큼 내려가는 수위에 따라 다리의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선박의 접안시설물입니다.
1899년 군산항 개항 이후로 호남평야의 쌀들을 이 다리로 일본에 반출하였다고 합니다.
백년광장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군산 내항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저 다리 안으로 걸어 들어가 보기도 했습니다.
바로 앞에는 해양테마공원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설명 참고 : http://tour.gunsan.go.kr

맛있는 군산

복성루 짬뽕


군산역에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고 간 곳은 '복성루'였습니다.
이곳 짬뽕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데요, 군산에 가면 꼭 맛보라는 글을 많이 봐서 찾아갔습니다.
12시쯤 도착했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0분을 기다려 자리에 앉았는데요, 그나마 더 오래 기다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성루 짬뽕은 해물이 푸짐하게 그릇에 담겨 있습니다.
맛이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푸짐하게 담긴 짬뽕 한 그릇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
기름지지 않고 시원한 맛이 좋았습니다.
식사를 다 하고 나와서 보니 사람들이 더 많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보통 오후 3시면 영업이 끝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니 군산에 간다면 가볼 만 한 것 같습니다.

* 군산역 → 복성루 가는 길
복성루는 흥남동 주민 센터와 가깝게 위치합니다.
흥남동을 가는 버스나 미원사거리로 가는 버스를 타면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군산역에서 복성루를 갔는데요, 군산역에서는 3번 버스를 타면 복성루가 바로 보이는 곳에 하차하게 됩니다.

이성당


이성당은 1945년부터 빵을 만들어온 오래된 빵집입니다.
군산을 둘러보며 맛집을 검색하던 중에 이곳을 많이 들른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백년광장이 있는 내항사거리에서 바다를 등지고 걸어 구시청앞 교차로까지 가면 이성당이 보입니다.
입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심상치 않은 빵집입니다.


이때까지 빵집에서 이렇게 사람이 많은 있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무슨 빵을 사야할 지 고민을 하다가 방금 구워 나온 빵을 골라서 담았습니다.
이곳 단팥빵은 꽤 유명한 것 같습니다.
단팥빵을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단팥빵을 두는 위치에는 빵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표시해 두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단팥빵을 맛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근대의 흔적을 만난 하루

반나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군산에 남겨진 근대의 흔적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다.
경암동 철길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기에 더욱 뜻 깊었습니다.
제가 둘러봤던 곳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구 시타마니 금고, 구 히로쓰 가옥 등의 근대문화유산도 더 있고,
구불길 여행이라고 해서 걷기 여행이 가능한 곳도 있습니다.

바다도 볼 수 있고, 골목길 마다 서린 근대의 흔적도 만날 수 있는 군산 여행이었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