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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PD

풍토 풍경과의 대화 : 감응(感應) 정기용 건축

by 새벽바다 2011. 1. 18.



 정기용의 건축물은 스토리텔러이다.
 구석구석 숨겨진 이야기는 말을 건넬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교사 옥상위로 대형 창틀처럼 올라간 벽면은 하늘을 향한 거대한 캔버스이다.
 내가 존재하듯이 건축물고 마찬가지로 존재하며 나와 대화하고 소통하고 있음을 느낀다.

김태령/ 일민미술관 관장 겸 기획실장


광화문 네거리에 위치하는 일민미술관에서 1월 30일까지 정기용 건축가의 전시회가 열립니다.
'건축'이라는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정기용의 건축세계에 한 번 발을 디뎌 보는 건 어떨까요? 

 

전시실 둘러보기

 「감응 정기용 건축 풍토 풍경과의 대화」는 1,2,3 전시실로 나뉘어져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실을 하나씩 둘러보며 건축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그가 지은 건물들이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공간이고, 나만의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는 사실에 반갑기도 했습니다.

1전시실


건축을 위한 단상 메모들, 그가 건축한 건축물 스케치, 프랑스 파리장식미술학교 실내건축과 재학시절 프로젝트, 파리 제6대학 건축학과 재학시절 프로젝트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벽면에는 기획 글과 함께 평소 건축가 정기용의 생각을 볼 수 있어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도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좋은 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 4·3 기념공원의 스케치와 메모를 한 노트를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노트에는 그림과 함께 짧은 메시지가 적혀 있습니다.
"과거는 미래에 반복된다. 그것이 인류의 오래된 믿음이다. 지혜를 심는다. 최치원의 숲을 심는다. 2002. 1. 19"

전시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기용의 영상과 그가 평상시에 관심을 두고 수집을 했던 물품들도 볼 수 있어 그의 건축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볼 수 있습니다. 평상시의 관심사가 어떻게 그의 건축에 영향을 미쳤는지 염두에 두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설계도뿐만 아니라 인물, 풍경 등의 일반 스케치 그림도 있습니다.

2전시실

2전시실에는 무주와 기적의 도서관 작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무주의 작업들을 통해 깊이 느낀 점이 있다면,
사실상 문제도 무주에 있고 그 해법도 무주의 땅과 무주의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무주에서는 공공프로젝트가 시행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기용에게 무주 프로젝트란?'
뜻있는 '그림일기', '부식토'로서의 장소 만들기, 건축과 자연을 결합시키기,
창고와 같은 집 만들기, 공공건축의 의미 되새기기, 사회적 조절자로서의 역할하기


무주에서 작업을 하면서 찍었던 영상은 전시실 가운데에 빔프로젝트로 틀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상을 보면서 가장 많이 보이는 장면은 '자연'이었습니다.
정기용 건축가는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의 의지가 무주 프로젝트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졌던 '기적의 도서관'도 그의 작품으로,
2 전시실에는 여러 도시에 세워진 기적의 도서관을 세우며 그가 느꼈던 감정,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적혀 있습니다.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 : 나무와 건축
건축은 늘 나무를 필요로 하지만 나무는 건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 : 새로운 건축 풍경 만들기
전체 문장을 바꾸는 새로운 문장 찾기
건물을 바라보는 것도 건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3전시실

전시실을 들어서면 가운데에 애니메이션 한 편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나무를 찾는 소녀(Finding Tree) 」는 애니메이터 작가 이정익, 이정원, 이승재가 정기용의 스케치들을 이용해 작업한 애니메이션으로
건축가의 스케치를 영상화해서 서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뒤편에는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 등 정기용 건축가가 지은 건물들의 모형을 전시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기억 속의 <제주 4·3 기념 공원>

전시 「감응 정기용 건축 풍토 풍경과의 대화」를 보면서 문득 떠올랐던 것이 2008년 가을에 찾았던 <제주 4·3 기념 공원>이었습니다.
광활하다고 느껴지는 넓은 공간에 자리 잡은 이곳은 역사적으로 제주민들에게 아픈 기억을 이어가고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곳입니다. 제가 마침 찾았던 날은 60주년 기념 타임캡슐을 묻는 날이었고, 까마귀 때가 영혼을 달래는 듯 주변 하늘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억새풀, 하늘, 나무, 물

제주 4·3 기념 공원 스케치에 적혀 있는 메모입니다. 그의 생각은 기념 공원에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공원은 제주 4·3으로 목숨을 잃은 영혼들을 달래어 주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생각하고 자연과 공존하려는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정기용 건축가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건축은 전혀 알지 못하지만, 거의 건축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친구와 약속 시간이 어긋나 기다려야 하나요. 날씨는 춥고, 어디 나가려니 마땅치 않죠.

지하철 타고 광화문 네거리 일민미술관에 들러 정기용 건축과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재) 한국문화정보센터 문화PD 허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