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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이게 사랑일까.

by 새벽바다 2016. 1. 29.

우리 아버지께서는 점심시간이면 늘 집으로 전화를 하셨다.

어머니께서는 그 전화를 받고 늘 같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밥은 먹었는지, 별 일 없는지.

짧은 대화를 주고 받은 뒤 어머니는 하고 있던 집안일을 계속 하셨고

아버지도 식사를 마치고 잠깐 산책을 가거나 다시 일자리로 돌아갔을 것이다.

 

한결 같았다.

세월이 흘러 휴대전화가 생기고 집을 비우는 일이 생기면 휴대전화로 연락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아버지는 집으로 전화를 한 뒤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으면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어디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나는 밥 먹고 이제 일한다고.

 

사랑이란 걸 알았다.

성인이 되고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심시간마다 꼬박꼬박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는 것이

아버지만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매일 점심시간 어머니와의 짧은 통화를 하는 것이 어머니와 아버지만의 사랑이었다.

 

남편은 일하는 동안 틈틈이 전화를 한다.

물마시러 가서, 출장을 가는 길에, 머리를 식힐 겸 걷고 있을 때.

사실 긴 통화를 하는 것은 어렵다.

나도 일을 하거나 볼 일을 볼 수 있고, 남편도 다시 자리로 돌아가 남은 일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짧은 통화로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하루 중 꽤 오랜 시간을 각자의 직장에서 보내는 동안 나눌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 

 

오늘도 아버지는 점심을 드시고 나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당연하게 아버지의 전화를 기다렸다가 통화를 하고 하던 일을 할 것이다.

나도 남편의 전화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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